| |
 |
 |
|
|
|
| |
| |
 |
|
렘브란트 - 신뢰의 끈은 풀어지고 |
|
|
| |
.bmp)
신뢰의 끈은 풀어지고
<무릎을 꿇은 베드로>(1631,판넬에 유채)
백발이 성성한 주인공이 고개를 숙인 채 맥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다. 한쪽 다리를 벌려 거기에 두 손을 기대어 기도하는 중이다. 그의 표정은 수심과 비탄에 잠겨 있다. 특히 그의 시선은 바닥을 보고 있는 것같지만 사실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사실상 블랙홀 상태에 빠져 있다.
이 작품은 두가지 다른 시각으로 해석되어왔다. 한가지 시각은 투옥된 베드로를 표현했다는 설이다. 이 설에 따르면 그림의 주인공이 베드로이며 그 곁에 놓여 있는 짚은 베드로의 남루한 침구라고 말한다. 배경의 칙칙한 벽면이나 컴컴한 실내는 이 설을 그럴싸하게 뒷받침해준다.
그러나 이 해석은 성경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다. 복음을 전하다 구금되었을 때 베드로는‘두 쇠사슬에 매여’있었을 뿐만 아니라 ‘파숫꾼들이 문밖에서 옥을 지키’(행 12:4-6)고 있었다. 천사가 와서 쇠사슬을 벗겨주었다면 마땅히 쇠사슬이 떨어져 있어야 할 테지만 그런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화면 하단에 큼지막한 열쇠를 볼 수 있는데 그것은 감옥문을 여는 열쇠가 아니라 이 그림의 주인공이 베드로인 것을 알려주는 이미지로 제시되었을 뿐이다.
다른 이론은 이것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 예수님이 체포를 당하였을 때 베드로가 회개하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베드로가 “내가 주와 함께 옥에도 죽는 데도 가기를 준비하였나이다”(눅 22:33) 호언장담할 때 예수께서는 “오늘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모른다고 부인하리라”(34)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 예언은 실제로 이루어졌다. 예수께서 체포되던 저녁 어린 시종이 베드로에게 와서 신원을 추궁하자 겁에 질린 베드로는 즉각 그리스도를 부인한다. 그림에서 보듯이 두 손을 붙잡고 슬픈 기색을 한 베드로를 통해 렘브란트는 양심의 가책을 받는 괴로운 심정을 표현해냈다.
한가지 의문이 남는다. 그렇다면 이 그림이 실외가 아니라 실내인 것처럼 보이는 상황설정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원래 이 그림의 오른 쪽에는 병사들과 수탉이 그려져 있었다. 게오르그 F. 슈미트(Georg Friedrich Schmidt 1712-1775)가 렘브란트의 원작을 모사한 작품이 있는데 거기에는 깊은 밤중에 병사들이 불가에 둘러앉아 있는 장면과 수탉이 울고 있는 이미지가 들어가 있다. 이것으로 미루어 이 작품은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한 뒤 회개하는 베드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렘브란트는 베드로가 멀리 도망간 나간 것이 아니라 수탉소리가 들릴만큼 가까운 ‘현관’(흠정흠성경 막 14:68)에 머물러 있던 것으로 묘사하였다.
베드로는 무서운 고뇌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팔각형의 육중한 돌덩이는 그가 처한 고립감을 한껏 고조시킨다. 베드로는 조용히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예수님의 사랑을 저버린 나약하고 배은망덕한 자신을 뉘우친다. 양심의 가책을 받아 유다는 멋대로 자살하고 말았으나 베드로는 회개하였다. 한사람은 예수님을 아예 등졌고 다른 한사람은 돌아왔다. 삼년동안 한 솥밥을 먹었을지라도 교만한 자와 겸손한 자의 처신은 이렇듯 달랐다.
“어찌할꼬, 어찌할꼬”
베드로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 것같지 않은가.
-서성록 약력-
1957년생.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와 동대학원 미학과 졸업, 동대학원 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미국 동서문화센터 연구원 그리고 뉴욕주립대(뉴펄츠)
교환교수, 그리고 <계간미술평단> 및 <선미술> 주간을 지냈다.
1985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 당선하였고
2001년 월간미술대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안동대학교 미술학과 교수
-주요 저서-
한국의 현대미술,우리 미술 100년 외 다수
출처 - artdigest - 렘브란트(2005.7.11) http://www.artdigest.co.kr |
|
| |
 |
|
공지사항
